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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중 국제배드민턴연맹(IBF) 회장 “배드민턴 전용체육관 지어 세계선수권 유치”
 글쓴이 : 도연합
작성일 : 2005-05-20 00:00   조회 : 3,322  
세계 배드민턴계를 이끄는 수장에 오른 지 이제 열흘 남짓. 강영중 국제배드민턴연맹(IBF) 회장(56·대교그룹 회장)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셔틀콕과 인연을 맺게 해준 방수현(전 국가대표·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IBF 정기총회에서 이사로 뽑힌 방수현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강회장의 얘기다. 1997년 당시 오리리화장품에 소속된 방수현이 팀 해체로 갈 곳이 없자 강회장은 그를 데려오려고 했다. 그때 방수현은 “나 혼자만 갈 수는 없다. 우리 팀 전원을 데려가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에 감동한 강회장은 아예 팀을 창단해 그와 동료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 8년. 그는 지금도 방수현에게 “좋은 선물을 나에게 줬다”며 고마워한다. 대교눈높이 배드민턴단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강회장이 배드민턴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였다. -방수현 대교영입 셔틀콕과 인연- 강회장은 동네 과외교사에서 출발해 ‘학습지 재벌’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경남 진주 출신으로 건국대 농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 종암동에서 작은 공부방으로 시작해 지금의 그룹을 일궈냈다. 그런 그가 배드민턴팀을 창단하고 2003년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오르게 된 것에는 여든넷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친의 역할도 컸다. 30년째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모에게서 강회장은 ‘건강과 화목’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4년간 IBF를 어떻게 이끌 것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IBF도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아시아와 유럽에 편중된 배드민턴이 남미나 오세아니아 등 불모지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드민턴을 좀더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종목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게 강회장의 판단이다. 이미 2년전부터 외부에 용역을 줘 랠리포인트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국제대회를 실외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남자의 경우 셔틀콕의 최고 시속이 332㎞까지 나옵니다. 그만큼 빠르고 다이내믹한 운동이죠. 이런 장점들을 잘 살리면 올림픽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될 겁니다.” 또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등 배드민턴 미개척지에 대륙별 트레이닝센터를 만들어 기술 개발과 선수·지도자 양성 프로그램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내 배드민턴계로 눈을 돌렸다. 그에겐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 -실외서 경기개최 방안 연구중- 배드민턴은 92년 바르셀로나부터 지난해 아테네까지 4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포함, 총 14개의 메달을 따낸 효자종목. 그러나 아직까지 한번도 국내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지 못했다. 국제경기단체의 수장이기 이전에 한국 배드민턴계를 떠맡은 사람으로서 세계선수권대회 유치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세계대회를 유치하려면 전용체육관 건립이 시급합니다. 정부에서 부지만 확보해주면 지금 당장이라도 체육관을 지어 역대 어느 대회보다 훌륭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러낼 자신이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저변확대와 경쟁력 강화에도 한층 신경을 쓸 생각이다. “배드민턴이 학교체육으로 정착돼야 합니다. 그래야 엘리트 체육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선수층이 두꺼워야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세계최강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 등록선수만 1백만명에 육박합니다. 학교에서 팀을 많이 창단해 배드민턴이 탄탄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팀 창단유도 저변 넓힐것”- 선수들의 노후 복지에 관해서도 많은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 문제 역시 교육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선수들이 은퇴하면 사실 진로가 막막해집니다. 특임교사나 전문강사로 배드민턴 선수 출신들을 영입한다면 학교체육 발전뿐만 아니라 경기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그는 아직도 아테네올림픽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4년에 한 번 관심을 쏟는 비인기종목. 당시 직접 찾은 체육관에서 그는 셰리 블레어 영국총리 부인을 비롯해 각국의 귀빈들이 자리를 같이해 열띤 응원을 펼치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고 했다. “기대했던 혼합복식(김동문·라경민)이 어이없이 탈락, 실망했지만 다른 종목(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고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을 느꼈습니다. 그때 관중석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배드민턴과의 인연.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강회장의 머릿속엔 배드민턴 발전을 위한 커다란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글 조홍민·사진 김대진기자 dury129@kyunghyang.com〉